
직장인들에게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낯선 용어가 아닙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말 그대로 ‘다 타버려서 에너지가 고갈됐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치는 것은 주로 단기간의 과도한 활동과 격무로 발생하며 일정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이 됩니다만, 번아웃은 아니지요. 극심한 피로감, 무기력, 불안, 우울, 집중력 저하, 신체적·정신적 탈진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기에 일시적 휴식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번아웃 증상은 우울증과 매우 비슷합니다. 불안하고 무력하고 매사에 흥미가 없습니다.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번아웃은 어떤 특정 직종의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희소한 증상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2019년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5퍼센트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저도 2018년에 번아웃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끊임없이 괴롭히는 외부의 적들(?)과 회사 내부적인 문제까지 겹쳐 마감 시한은 째깍째깍 다가오건만 일의 진척이 너무 더뎌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정신적으로 내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다행히 내 곁에서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당신은 잘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해준 존재 덕분에 힘을 내어 위기를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시기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는 번아웃이 너무 심해 2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매우 똑똑하고 좋은 성과도 냈던 직원이었는데 신입직원도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기안조차 하지 못하는, 퇴행의 모습을 보고 저 자신도 큰 충격을 피할 수 없었지요.
번아웃의 반대쪽에는 ‘보어아웃(boreout)’이 있습니다. 업무가 너무 단조롭거나 지루해 의욕을 상실한 상태(극도의 지루함으로 인한 권태)를 말합니다.
보어아웃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2008년 스위스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필리페 로틀린(Philippe Rothlin)과 페터 베르더(Peter Werder)의 책 ≪보어아웃≫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보어아웃을 번아웃의 거울 현상으로 보았는데, 과도한 업무가 번아웃을 초래하듯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능력을 발휘할 기회 부족도 보어아웃을 유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잡코리아가 2020년에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1퍼센트가 직장생활을 하며 보어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럼, 번아웃과 보어아웃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번아웃은 에너지 고갈이 핵심이므로, 재충전과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번아웃이 의심된다면, '열심히 살았던 훈장'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으면서 일단 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균형 잡힌 식단, 하루 30분이라도 온전히 쉬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극복의 방법입니다. 또한 모든 일에 똑같이 에너지를 쏟지 말고, 가장 중요한 일부터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아울러 업무의 질이 떨어지기 전에 상사나 동료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업무량 조정을 요청해 균형을 맞춥니다. 저도 이 방법을 사용해 앞서 말씀드린 위기를 넘겼습니다.
보어아웃의 경우 업무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조로운 업무라도 개선점이나 효율적인 방향을 스스로 찾아보고 주도권을 갖는 게 좋습니다. 또 장기 목표를 잘게 쪼개어 빠르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단기 목표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는 무기력을 이기는 힘이 되지요. 자신이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일이나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관심사를 상사나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업무 외 시간에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AI 활용법 등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배움으로써 잠재력을 끌어내고 업무 동기를 자극해보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이영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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