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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관계재

by 빅용가리2 2025. 10. 27.

행복을 설파하는 아리스토텔레스, ImageF/X로 제작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꿈꾸죠. 지난주는 어려웠던 시기에 큰 도움을 주었던 선배의 장녀 결혼식에 참석해 사람의 도리를 하고, 가족과 함께 맛난 외식도 하고 카페에서 가을을 만끽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함께 고대 그리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의 의미와 성취법을 탐구한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순간 느끼는 쾌락이나 고통과, 인생을 잘 살 때 느끼는 한층 깊은 차원의 만족감을 철저히 구별하면서, 실제로 행복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후자(인생을 잘 살 때 느끼는 한층 깊은 차원의 만족감)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는 이런 더 깊은 차원의 만족감이 좋은 기분이 아니라 좋은 행실에서 나온다고 가르쳤습니다. 여기서 좋은 행실이란, 삶에 균형감을 주면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해주는 고결한 습관을 기르고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행복경제학계의 저명인사 존 F. 헬리웰(John F. Helliwell)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경제학 명예교수는 UN이 발간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의 공동 편집인으로 유명합니다. 전통적인 계량경제학을 넘어 사회학, 심리학 등의 관점을 접목해 행복의 기준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행복경제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헬리웰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 조교”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헬리웰 교수와 동료 학자들은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분석해오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150여 개 나라 국민의 인생 만족도를 조사하고 그들의 특징과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이지요. 헬리웰교수를 포함한 연구자들이 자료를 처리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약 75%는 다음 6가지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 사회적 지원: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것

· 아량: 사람들은 관대하게 행동할 때, 그리고 주변에 관대한 사람들이 있을 때 더 행복함

· 신뢰: 부정부패는 인생 만족도를 저해함

· 자유: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충분히 있다고 느끼는 것

· 1인당 소득

· 건강 수명(평균 수명에서 아픈 기간을 뺀 수명)

 

이 목록의 6가지 요인 중 4가지(사회적 지원, 아량, 신뢰, 자유)가 사회관계와 연관되어 있지요. 6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항목은 사회적 지원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사회적 지원을 포함해 전문 용어로 ‘관계재(relational goods,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재화)’라고 할 사회적 요인이 모두 4가지나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세계 행복 보고서≫ 2015년 판을 인용하자면, 인생 만족도와 사회적 유대의 강력한 연관성은 “지리와 시간의 차이를 떠나 인생 만족도 데이터에 대한 실증적 분석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심리학 실험에서도 역시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건강과 관계 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몸은 좀 덜 건강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소득이 중요하긴 하지만 100% 그런 것은 아니지요. 특히 다른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자신과 같은 수준이거나 더 높은 수준일 때 소득의 힘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바르톨리니(Stefano Bartolini)와 프란체스코 사라치노(Francesco Sarracino)가 주로 선진국인 27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인생 만족도가 증가하는 현상은 단기간(2년 정도)에만 나타나고 이후에는 사람들이 소득 증가분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성장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은 완전히 소멸된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지거나 그밖에 여러 형태로 사회적 유대감이 강화되면 단기적으로는 만족감이 조금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유대의 효과는 누적되고 지속됩니다. 소득으로 만족감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반면에 신뢰 구축과 좋은 관계 형성 등 여러 형태로 사회적 지원을 확보하는 행동은 행복을 ‘차곡차곡’ 저축합니다.

 

사회적 유대는 경제 위기가 초래한 고통을 크게 완화할 수 있습니다. 대침체(Great Recession,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인생 만족도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신뢰와 상호 지원의 수준이 높은 국가가 사회적 유대가 약한 국가보다 위기를 훨씬 잘 버텨 냈습니다. 힘든 시기에 다 함께 힘을 합친다는 연대 의식이 참혹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시련조차 누그러뜨릴 수 있음을 2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미국인과 영국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17년 개봉작 영화 ‘덩케르트’를 보면 프랑스 해변에 고립된 40만 명의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해 요트 등 소형 선박을 이끌고 기꺼이 달려간 영국 국민들이 나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표현대로 “극심한 혼란을 겪다가도, 끝내 함께 어깨를 겯는 선의를 동력으로 삼아 공동체가 재건되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려낸” 영화였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XUhRA_ObaDo

 

진정한 부는 ‘물질적 부’가 아니라 ‘사회적 부’입니다. 부정부패가 심해지고 물질적 부에 경도(傾倒)된 우리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참고한 자료: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조너선 라우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