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6일 만에 누적 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2025년 최고 흥행작에 올랐던 ‘좀비딸’을 극장에서 봤습니다. 영화에는 아들(조정석 분)과 좀비가 된 손녀(최유리 분)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밤순 할머니(이정은 분)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폐경* 후 여성이 자녀와 손주의 안녕에 이바지함으로써 혈통의 미래 전망을 개선한다는 이른바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을 알게 됐습니다.
* 요즘엔 ‘완경(完經)’이란 단어를 씁니다. 폐경(閉經)은 월경이 영구적으로 멈춘 의학적 상태를 의미하며, 완경은 이 폐경을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uZ7l2fCwEg
‘할머니 가설’은 진화생물학에서 여성의 완경과 인간의 긴 수명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의 하나로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완경의 이유: 자연 선택은 일반적으로 생식력이 긴 개체를 선호하지만, 인간 여성은 중년에 생식(번식)을 멈추고 폐경을 겪습니다. 할머니 가설은 폐경 이후 번식을 멈춘 여성이 딸이나 며느리를 도와 손주를 양육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본인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더 많이 전달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봅니다.
○ 생존 및 번식 성공률 증가: 할머니가 식량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도움을 주면서, 젊은 여성(딸이나 며느리)은 더 짧은 간격으로 더 많은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되었고,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율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 인간 수명의 진화: 이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역할이 집단의 번식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자연 선택은 번식 후에도 오래 생존하는 여성, 즉 긴 수명을 가진 여성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할머니 가설은 여성의 폐경은 '번식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번식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며, 이는 인간이 긴 아동기와 짧은 출산 간격, 그리고 긴 수명을 갖게 된 독특한 생애사(life history)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을 빼고 할머니 가설이 존재하는 종은 범고래와 들쇠고래뿐이라고 합니다. 해양생물학자들은 범고래 연구를 통해 무리 내에 폐경이 지난 어머니와 할머니 고래가 있을 때 젊은 수고래들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며, 심지어는(또는 특히) 그 수고래들이 다 자란 지 한참 지나서 새끼를 낳아 기를 때조차 그런 향상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딜립 V. 제스트(Dilip V. Jeste) 전 샘 앤드 로즈 스타인 노화연구소(Sam and Rose Stein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 전 소장은 “지혜는 나이에 상관없이 유용해요. 하지만 노년에 특히 더 중요하죠.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젊은이들은 생식이 가능하니까 지혜롭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다른 식으로 종의 생존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지혜의 할머니 효과죠.”라고 밝혔습니다.
<참고한 자료: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조너선 라우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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