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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유능함과 호감 사이의 우선순위

by 빅용가리2 2026. 4. 6.

 

* 영장류학자이자 스트레스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교수는 『행동』이라는 책에서 무척 흥미로운 매트릭스, 즉 스테레오타입 내용 모델(Stereotype Content Model, SCM)을 소개했습니다. SCM은 우리가 타인이나 특정 집단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두 가지 핵심 잣대를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입니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 인식의 두 가지 핵심 축: 따뜻함과 유능함

인간은 타인을 대할 때 본능적으로 두 가지 척도를 사용하여 상대를 파악합니다. 첫째, 따뜻함과 차가움입니다. 상대가 '우리 편'인지 혹은 '위험한 존재'인지를 구별하는 관계의 온도이자 정서적 교감의 척도입니다. 따뜻함은 의지하고 싶은 엄마 같은 감정을, 차가움은 뱀 등 파충류처럼 거리를 두고 싶은 감정을 유발합니다.

둘째, 유능함과 무능함입니다. 이는 지적 능력을 넘어 맡은 일을 완수해 내는 전반적인 성과 능력을 의미합니다. 유능함은 결과적인 개념이며, 무능함은 1인분을 해내지 못해 일을 맡기기 두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2. 네 가지 조합에 따른 감정 반응

두 축의 조합에 따라 우리는 상대에게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네 가지의 대표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구분 유능함(competence) 무능함(incompetence)
따뜻함 (warmth) 자랑스러움(: 손흥민) 동정/연민(함께하면 좋으나 일은 못함)
차가움 (coldness) 선망/부러움(: 성공한 기업가) 혐오/회피(편도체와 섬엽 활성화)

 

이러한 감정은 뇌 과학적으로도 증명됩니다. '차가움-무능함'의 대상을 볼 때는 혐오감을 담당하는 편도(amygdala)와 섬엽(insula)이 활성화되지만, 이성적 판단을 하는 복부전두엽피질(VMPFC)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유능함과 호감 사이에 꼭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책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의 저자 하지현 교수는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일수록 '유능함'을 먼저 갖출 것을 권장합니다.

호감(따뜻함)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지만, 유능함은 객관적인 성과로 평가되며 한 번 구축하면 오래 지속되는 힘이 됩니다. 일을 아직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은 좋아서 많이 도와줬는데 관계에 휘둘리는 일이 생겨서 사이가 틀어지면 순식간에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유능해 '선망'의 대상이 된 사람이 따뜻함도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만족도는 극대화됩니다.

 

하지현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 에너지를 쓰기보다, 일을 확실히 처리해 동료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매트릭스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나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연 설명하면, 인간의 감정 반응은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긴 시간을 두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요. 대표적 사례가 부모입니다. 어릴 때 부모는 따뜻하고 유능한 존재이지만 나이가 들고 자식에게 의존하게 되는 시기가 오면 따뜻하지만 무능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돌봐야 하는 존재가 된 부모를 자식은 연민의 마음으로 대합니다.

한편 집안에 갑작스러운 부고가 생겨 당황해하고 있을 때 차갑고 무능하다고 여겼던 팀장이 제일 먼저 도움을 주거나 여러 가지 편의를 봐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차가움은 따뜻함으로 바뀌고 팀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게 됩니다.

 

<참고한 자료: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