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는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J. 피터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기업이나 공공 조직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무능화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연구하는 ‘위계 조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시하려고 했지요. 로렌스 J. 피터는 수백 건에 달하는 무능력 사례를 조사 및 분석한 결과, 한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맡은 일을 잘하며 승진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직책을 맡게 되면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피터의 원리는 조직이 그 사람을 현재의 잘하는 능력으로 평가하지, 다음 자리에서 필요한 능력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실제 사례를 들어 피터의 원리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실례 1> 디트로이트의 영웅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만들다!
앨런 트래멀(Alan Trammell, 1958∼)은 1977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유격수로 골드글로브 4회, 1984년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뛰어난 선수였던 트래멀이 은퇴 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감독을 맡은 200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43승 119패(승률 0.265)로 현대 야구(1901년 이후) 기준으로는 202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최다패 기록인 121패(41승)에 근접했습니다. 트래멀은 단 한 시즌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한 채 2005년 시즌 후 경질되고 맙니다.
더욱 극적인 것은 그 이후입니다. 트래멀이 물러나고 짐 레이랜드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감독을 맡아 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이듬해 바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우승컵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돌아갔지요).
트래멀의 실패는 역할 전환에 실패한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선수로서 ‘내가 직접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정체성의 핵심이었던 그는, 감독이 된 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수십 가지 변수 앞에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빠졌습니다.
위대한 선수 출신 감독에게 흔히 나타나는 문제처럼, 트래멀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기 팀의 선수들이 자신만큼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당연한 것’이 평범한 선수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라고 합니다. 자신이 탁월한 이유가 ‘타고난 천재성’임에도, 노력과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된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실례 2> 최고의 영업사원이 최악의 대표가 된 경우
제너럴모터스의 인력자원부에서 일하던 스콧 로젠, 대기업 근무 패턴에 염증을 느끼던 그는 1995년 사표를 내고 텔레마케팅을 주업무로 하는 회사 로젠을 설립했습니다. 그의 열성적 노력에 힘입어 단 6개월 만에 4만 달러의 수익이 났고 영업사원들을 채용하면서 회사의 업무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지요. 2000년 연 매출이 760만 달러에 육박했고, 이는 로젠이 홀로 일하던 때의 최고 수익보다 배 이상 늘어난 실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회사에 위기가 닥쳐 매출액이 처음으로 하락했고, 모든 영업사원이 2배 이상으로 노력했지만 판매 실적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로젠은 실로 놀라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먼저 영업사원의 절반을 해고하더니 이후 아예 회사의 모든 직원을 해고해 혼자 힘으로 재기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그는 '내 영업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말겠어'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그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적자를 흑자로 돌리고 재기할 수 있다고 믿었지요. 그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영업하기에는 턱없이 힘이 모자랐지요. 그가 매일 체결하는 계약 건수는 가련할 정도로 적었고. 결국 회사의 파산을 선포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로젠의 사례는 자기개념(self-concept)의 충돌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혼자 해내는 사람’으로 정의해왔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거나 실패를 용인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하게 느낀 것이지요. 결국 혼자 다 하려다 회사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참고한 자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쑤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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