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는 덫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지요. 계획 오류란 어떤 일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훨씬 짧게 예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나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합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매번 마감 기한에 쫓기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3가지 사례에 대해 알아보시지요.
<사례 1>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를 대표하는 랜드 마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1957년 당시 호주 정부는 이 기념비적인 건물의 완공에 약 700만 달러의 비용과 6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처참할 정도의 오차를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오페라 하우스는 착공 후 16년만인 1973년에야 완공되었으며,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14배가 넘는 무려 1억 2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이런 오류의 원인은 건축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적 난제(조개껍질 혹은 돛 모양을 형상화한 건물 외관), 예산 삭감, 설계 변경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례 2> 직장인의 프로젝트 마감과 '낙관적 편향'
직장에서도 계획 오류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개발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 정도면 일주일이면 충분할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갑작스러운 회의 호출, 예상치 못한 에러(bug) 발생, 동료와의 소통 지연, 개인적인 몸 상태의 악화 등이 겹치면서 작업은 2주를 넘기게 됩니다.
이 오류의 원인은 작업을 세부 단계로 쪼개서 분석하기보다, 전체적인 목표만 보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 사람들이 긍정적인 사건은 과대평가하고, 질병이나 사고 등 부정적인 사건은 자신에게 일어날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과소평가하는 인지적 오류로 '비현실적 낙관주의'로도 불림)'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사례 3> 대학생의 논문 제출 기한 예상
심리학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논문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게 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약 34일이면 논문을 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정말 운이 나빠서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48일이면 충분하다"라고 답했죠. 그러나 실제 결과를 보면 학생들이 논문을 마치는 데 걸린 평균 시간은 55일이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이는 자신의 과거 경험(지난번에도 늦었던 기억)은 무시하고, 이번에는 오직 '잘 진행될 상황'만을 시뮬레이션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계획 오류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계획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외부 관점(outside view)'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대신, "과거에 나와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렸나?"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예측을 도와줍니다.
<참고한 자료: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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