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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처칠 총리와 검은 개

by 빅용가리2 2026. 2. 5.

출처: By 유서프 카쉬 - Flickr: Sir Winston Churchill,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1991931

 

 

영국의 전 총리(2),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작가. 20세기 영국 정치사에서 유일한 귀족 혈통의 총리. 160cm를 겨우 넘는 단신에 뚱뚱한 대머리. 그리고 일그러진 인상에 등은 굽어 있고, 목은 거의 안 보이며 입술은 너무 얇아 없는 듯 보였다.

 

나비넥타이, 시거는 그의 상징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는 시거를 피지 않고, 의회에서 언론이 사진을 찍을 때만 입에 물어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고 한다. 2002BBC의 설문 조사 결과, 그는 영국인 중에서 셰익스피어, 뉴턴, 엘리자베스 1세를 뛰어넘는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됐다.

 

여기서 그는 윈스턴 처칠입니다. 그는 평생 '검은 개(black dog)'와 동행했다고 합니다. 검은 개는 진짜로 살아 있는 개가 아니라 처칠이 자신의 우울증을 지칭하기 위해 쓴 유명한 비유입니다.

 

처칠의 '검은 개'는 현대 심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기분 부전 장애(dysthymia)와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가 혼재된 상태로 평가됩니다. 기분 부전 장애는 주요 우울 장애보다 증상은 가볍지만, 최소 2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적인 우울 상태를 말하지요.

 

처칠은 평소에도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기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큰 정치적 실패(제1차 세계 대전 도중 해군성 장관으로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총괄했지만 작전 실패로 해임)나 무력감을 느낄 때 '검은 개'가 그를 집어삼켰고, 이때는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합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처칠이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적 기질(bipolar temperament)을 가졌다고 분석합니다. 이 기질은 단순히 기분이 변하는 것을 넘어, 조증(들뜸)과 울증(가라앉음)의 양극단이 성격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검은 개'가 물러갔을 때 처칠은 엄청난 에너지와 창의성을 발휘했습니다. 수만 단어의 원고를 쓰고, 밤새도록 전략을 구상하며, 유머와 달변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았습니다. 반면에 이 에너지가 고갈되면 다시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드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지요.

 

처칠이 '검은 개'에게 완전히 잡아먹히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방어기제’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우울감이 찾아왔을 때 벽돌 쌓기와 유화 그리기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처칠은 차트웰 자택에서 벽돌을 쌓아 담장을 만들거나 정원을 가꿨습니다. 40대에 그림을 시작한 처칠은 "그림을 그릴 때면 검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캔버스 위에서 색을 조합하고 형태를 잡는 과정은 그를 고통스러운 잡념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해 주었습니다. 이런 단순 반복 작업과 예술적 창조는 불안을 외부로 쏟아내는 ‘승화’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줍니다.

 

처칠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검은 개'라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명명(labeling)함으로써, 우울을 자신의 인격 전체가 아닌 '잠시 찾아온 불청객'으로 분리해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나시르 가에미(Nassir Ghaemi)는 저서 《광기의 리더십》에서 처칠의 우울증이 오히려 현실 직시 능력을 높였다고 평가합니다. 낙관주의에 빠진 다른 정치인들이 히틀러의 위험성을 간과할 때, 평소 비관과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던 처칠은 나치의 위협을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인지했습니다.

 

자신의 내면 전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을 독려해 결국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강인한 정신력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피, 땀, 눈물뿐입니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명연설로 혹독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굽히지 않고 여유와 희망 넘치는 유머로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영국민에게 용기를 주며 마침내 승리를 쟁취하는 불굴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는데요.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해서 걸어가라(If you're going through hell, keep going)"

 

이 말은 우울이라는 수렁에 빠졌을 때 멈춰 서서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행동(action)을 멈추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처칠의 '검은 개'는 그를 괴롭힌 고통의 근원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세상을 더 냉철하게 바라보고 예술과 정치를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게 만든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울증을 치료해야 할 병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다스리며 동행해야 할 사나운 사냥개처럼 다루었습니다.

 

<부록>

처칠은 자신과 상황을 풍자하는 유머를 즐겼습니다. 심리학에서 유머는 가장 성숙한 수준의 방어 기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웃음을 찾아냄으로써 상황에 대한 심리적 우위를 점한 것이죠. 대표적인 유머 4개를 감상해보죠.

 

(유머 1) 윈스턴 처칠이 정계 은퇴 이후 80세를 넘겨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부인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그에게 이런 짓궂은 질문을 했다.

"어머,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어요. 어떻게 해결하실거죠?"

그러자 처칠은 이렇게 조크를 통해서 위기를 모면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고 한다.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렸다고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니까요"

 

(유머 2)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이었던 낸시 애스터는 처칠을 매우 싫어했다.

어느 날 애스터가 "당신이 내 남편이라면 커피에 독을 넣어주겠어요"라고 하자, 처칠은 심각한 표정으로, "부인, 당신이 내 아내라면 차라리 그걸 마시겠소"라며 받아주었다.

 

(유머 3) 2차 세계대전 초기 미국의 참전을 유도할 목적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으로 건너간 처칠, 숙소인 호텔에서 목욕을 한 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데 갑자기 루즈벨트 대통령이 나타났다. 그때 공교롭게도 허리에 감고 있던 수건이 스르르 내려갔다. 정장의 루즈벨트를 향해 처칠은 어색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양팔을 넓게 벌리며 "보시다시피 영국은 미국과 미국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감추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한 다음 화기애애하게 회담을 진행했다.

 

(유머 4) 그가 하원의원에 처음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가 그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늦잠 자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그러자 처칠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이렇게 응수함으로써 그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아마도 나처럼 예쁜 마누라를 데리고 산다면 당신들도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조선일보, “영국의 전쟁 영웅그를 강하게 만든 건 마음 속 '검은 개'였대요”, 2025. 10. 21.,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5/10/21/IHAEDAMGEVDNRHYLX3KTETOFNU/, 리더라면 처칠처럼(윤상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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