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생태계 전체의 조화를 생각할 때, 인간은 일단 너무 크고 많았고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했다. 게다가 지능 수준에 비해 욕구가 지나치게 강해서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에게 해가 될 짓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김현중의 소설집 『묘생만경』 중 단편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인간을 ‘정치인’으로 바꿔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요즘 국내외에서 정치인이 하는 행태를 보면요.
오늘자 신문을 보니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가 중의원(하원) 의원 정원을 10% 가량 줄이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420석을 넘지 않는 범위’로 합의한 만큼 국회의원 수가 최소 45석 이상 줄어들 전망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합쳐 300명입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많습니다. 용기, 정직, 카리스마….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궁극의 덕목이 하나 있으니, 바로 '지혜'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지혜란 철학책에 나오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지요. 우리가 찾는 건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라는 더 실용적인 지혜입니다. 10월 말에 끝난 국정감사장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제되지 않은 막말 배틀과 ‘배치기’는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국민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19smUYMkYA
웃기는 건 이런 추태가 5년 전과 9년 전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전혀 안 변했다는 것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B72uqDjQEMk
https://youtu.be/LgRqs3ILFFc?si=TcKuIEI8yETuQu-d
지혜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전문 용어로 ‘긍정적인 사회적 외부 효과(positive social externality)’를 일으킵니다. 쉽게 말해 무리 안에서 지혜로운 사람들이 지혜롭게 행동하면 그 영향이 나머지 사람들에게까지 미쳐 지혜롭지 않은 사람들도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지혜의 가장 선명하고 중요한 특징이면서 지혜에 관한 현대의 모든 정의에서 동의하고 강조하는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의과대학 정신의학과의 교수이자 연구원인 딜립 제스트(Dilip Jeste)와 토머스 믹스(Thomas Meeks)는 “고금의 문헌을 통틀어 가장 일관되게 포착되는 지혜의 하위 특성 중 하나는 공익 증진과 사익 초월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지혜의 특성은 ‘감정적’ 균형입니다. 지혜는 결코 시종일관 차분하고 고요한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지혜는 감정을 잘 절제하는 것, 그래서 도발적인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요(다시 말해 1천 원짜리 자극에 5천 원짜리 반응을 하지 않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말처럼 “주위 사람이 모두 냉정을 잃었을 때 냉정을 유지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은 1966년 출간한 ≪현실 감각: 사상들과 그 역사에 관한 연구(The Sense of Reality: Studies in Ideas and Their History)≫에서 정치계의 지혜를 아래와 같이 인상적인 필치로 설명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지혜, 곧 정치술은 지식보다는 이해에 가깝다. 말하자면 그것은 어떤 사안에 관련된 사실들에 대한 모종의 숙지를 통해 무엇이 무엇에 부합하는지,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어떤 수단이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효력을 발휘할지는 말할 수 있으나,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아는지는 물론이고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태를 뜻한다.
<참고한 자료: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조너선 라우시 지음), 『묘생만경』(김현중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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