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채 2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무실 앞 사거리에서는 각 후보별로 선거운동원이 나와서 음악을 틀어놓고 열띤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입니다.
밴드왜건이란 축제 등에서 행렬의 선두에 서는 음악대를 말합니다. 흥겨운 나팔을 불고 큰북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밴드왜건의 역할이죠.
밴드왜건이 선거 유세에 등장해 인기를 끈 건 1848년 미국 대선 때부터였습니다. 휘그당 후보인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의 열성 지지자들 중 댄 라이스(Dan Rice)라는 유명한 서커스단 광대가 있었는데, 라이스는 테일러를 악대차에 초대해 같이 선거 유세를 했었죠.
악대차는 군중이 별생각 없이 덩달아 뒤를 졸졸 따르게 하는 것에는 최고의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테일러는 선거에 이겨 제12대 대통령이 되었는데, 악대차 효과 덕분이라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악대차를 동원한 선거 유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끄는 밴드왜건은 1920년대에 사라졌지만, ‘악대차에 올라탄다’는 ‘jump on the bandwagon’이란 숙어는 계속 살아남아 오늘날 “시류에 영합하다, 편승하다, 승산이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지지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적 밴드왜건의 본모습을 보여준 대형 이벤트는 1952년 대선에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아이젠하워-닉슨 밴드왜건(Eisenhower-Nixon Bandwagon)’입니다. 공화당은 25톤짜리 트레일러를 화려한 밴드왜건으로 개조한 뒤 아이젠하워-닉슨의 유세 지역에 미리 파견해 호의적 분위기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이 밴드왜건은 밤에는 약 16km 떨어진 곳에서도 보인다는 대형 서치라이트를 이용해 각종 놀자판 무드를 조성했으며, 32일간 29개 도시를 순회함으로써 아이젠하워-닉슨 승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후 사회과학자들은 대중이 투표나 여론조사 등에서 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걸 가리켜 ‘밴드왜건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우리말로 ‘편승 효과’라고 하며, ‘무리 효과(herd effect)’라는 말도 비슷한 뜻으로 쓰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설명하듯이, 무리에서 혼자 뒤처지거나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다른 이들을 따라 하는 모습을 연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정치학보다는 경제학의 소비자 연구 분야에서 먼저 사용됐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레이번스타인(Harvey Leibenstein)이 1950년 경제학 저널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한 ‘소비자 수요 이론에서 밴드왜건, 스놉, 베블런 효과(Bandwagon, Snob and Veblen Effects in the Theory of Consumer Demand)’라는 논문이 밴드왜건 효과를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대중의 일상적 삶과 관련된 밴드왜건 효과, 즉 편승 효과에 대한 지식인들의 시선은 ‘들쥐 떼’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합니다. 미국 미주리대학의 도시문제 전문가 데니스 저드(Dennis Judd)는 미국인들은 들쥐 떼 같다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지요.
“미국인을 개인주의자로 보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는 가축이나 다름없는 국민이다. 범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 재산이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라고 누군가 말해주기만 한다면 스스로의 많은 권리들을 포기할 체제 순응적인 들쥐 떼 같은 존재가 우리다. 우리는 공공 영역에서라면 결코 참지 않을 각종 제약들을 회사생활에서는 감내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회사 내 생활이 점차 우리 모두의 미래 생활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행의 본질도 편승 효과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부터 유명 맛집까지 사람들이 우우 몰려드는 현상은 모두 편승 효과의 위력을 말해줍니다. 거리에서 3초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흔해졌다는 L브랜드의 ‘3초백’도 이런 편승 효과에서 비롯되었지요. 그래서 편승 효과를 앞서 살펴본 ‘레밍 신드롬(lemming syndrome)’이라고도 합니다.
<참고한 자료: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생각의 문법(강준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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