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층간소음 갈등과 칵테일파티 효과

by 빅용가리2 2025. 4. 23.

 

며칠 전, 60대 남성이 윗집과의 층간소음 갈등으로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 찾아가 불을 지르고 자신은 전신화상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아파트 방화 전에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장비에 농약 대신에 기름을 넣어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해 빌라 등에 불을 질러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avGhAYSHc4

 

이 층간소음 갈등은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와 연관이 있습니다.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Colin Cherry)가 이름 붙인 칵테일파티 효과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특정 소리에 집중해 인지하는 뇌의 선택적 주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북적이고 온갖 잡음이 뒤섞인 파티장에서 본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똑똑하게 들을 수 있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효과는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골라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덕분입니다.

 

사람은 한 번 소음을 인지한 후에는 동일한 소리에 대해 예민해지며, 그 소리는 점차 더 크게 지각됩니다. 예를 들어, 윗집 발걸음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릴 경우, 실제 측정 소음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소음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뇌가 해당 소음을 위협 신호로 판단해 집중하게 되며, 이는 소음 민감도를 더욱 증가시킵니다.

 

소음이 의도적이라고 느낄 때 분노는 배가 됩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만원 지하철에서 발을 밟히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화가 덜 나지만 상대가 일부러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공격성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윗집 사정을 알 기회가 없었던 아랫집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되죠. 아이가 매트도 안 깐 바닥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도록 부모가 방치한다거나 한밤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뛰는 등 몰지각한 짓을 한다고 추측합니다. 상대가 가내수공업으로 귀금속 세공을 하며 소음이 심한 장비를 쓰고 있다는 등의 착각에 빠진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관계자는 가내수공업 소음에 시달린다는 민원들을 확인해 보면 거의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신광영 동아일보 기자는 층간소음 갈등과 칵테일파티 효과의 연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윗집은 갈등이 길어지면 아랫집이 과민반응을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소음저감 노력을 해도 항의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때 아랫집은 실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번 소음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소리에 예민해지는 칵테일파티 효과때문이다. ……윗집에서 나는 특정 소음에 오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이다. ……의사가 일반인보다 청진기를 통해 나는 소리를 잘 듣는 것도 이 효과에 따른 것이다.”

 

<참고한 자료: 생각의 문법(강준만 지음), 동아일보 칵테일파티 효과한번 거슬리면 그 소리만 크게 들려”(2014. 1. 30.)>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천성 무통각증과 영화 <노보케인>  (2) 2025.04.28
인터넷 칵테일 효과  (0) 2025.04.26
書狂(서광, graphomania)  (0) 2025.04.22
'스탬피드 현상'이 뭐지?  (2) 2025.04.20
레밍 효과  (0)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