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입사 동기들과 2박3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녁 술자리에서 먼저 퇴직한 동기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퇴직하니까 좋은 점은 업무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했던 사람들을 이젠 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어보니 수긍이 가더군요.
아직 노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노년의 사회생활은 ‘시들어 말라죽음’이 아니라 ‘가지치기’에 가깝지 않을까, 나이 들면서 정서적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로라 L. 카스텐슨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소중한 사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관심이 많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냥 같이 앉아 얘기나 좀 하는 정도인 사람한테는 별 관심이 없거나 젊었을 때보다 훨씬 관심이 덜 간다고 했어요. 이게 바로 사회정서적 선택성 이론(selectivity theory)이죠. 감정은 그대로지만 감정을 줄 대상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거예요".
바꿔 말하면 우리 인생의 기본 목표와 선택의 양상이 시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시간의 지평이 바뀌면 우리가 세우는 목표와 우리가 하는 선택의 모습이 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물론이고 느끼는 것, 더 나아가 인지하는 것마저 달라지는 것일지 모릅니다.
카스텐슨 교수와 동료들은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모집해 30분간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좋아하는 책의 저자,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최근 알게 된 공통점이 많은 사람 중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를 선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젊은 사람들은 무작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 항목을 골고루 선택했고요". 나이 여든에는 남은 세월을 생각하면 ‘오랜’ 친구를 새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지요.
연구진은 다시 동일한 사람들에게 먼 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30분이 남았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들처럼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를 휠씬 많이 선택했지요.
그다음에는 시나리오를 뒤집어서 앞으로 살날이 20년 더 남았으면 어떻게 하겠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처럼 최근 알게 된 사람과 좋아하는 책의 저자를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비슷한 비율로 선택했습니다.
<참고한 자료: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조너선 라우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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