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만의 3일 연휴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연휴가 시작될 때는 2월이었는데 마무리되어가는 지금은 3월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시간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이 단순한 사실 앞에 서면 때로는 아찔한 감각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쉼 없이 앞으로 떠밀려 가며, 그 흐름을 거스를 방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타임머신’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지요. 시간의 이 첫 번째 속성, 즉 직진성(直進性)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 중 하나입니다.
직진하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후회를 마주합니다. 삶의 어느 전환점을 돌아볼 때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돌이킬 수 없음’이라는 시간의 냉혹한 성질은 그 후회를 더욱 선명하게 만듭니다. 한 번 지나간 순간은 영영 되돌아오지 않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 앞에 무력하게 서 있을 때가 많지요.
그러나 시간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돌고 도는 순환성(循環性)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벚꽃이 피고, 연말이 찾아오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정취가 다시 돌아옵니다. 매년 같은 날에 케이크에 생일 초를 켜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감각과 기억이 소환됩니다. 시간은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원을 그리듯 반복됩니다.
이 순환성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해 습관적으로 커피를 내리는 행위, 일주일에 몇번 같은 산책로를 걷는 습관,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나누는 익숙한 음식들—이 모든 반복이 우리를 지탱합니다. '리추얼(ritual)'이라 불리는 이 의식들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닻과 같습니다.
직진성과 순환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둘은 상호 보완하며 우리의 삶을 균형 있게 만듭니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시간은 성장과 전진의 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불안과 후회를 낳습니다. 반면 순환하는 시간은 안도와 위안을 주지만, 때로는 정체된 느낌을 안기기도 합니다.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동차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모두 필요하듯, 삶에는 직진의 추진력과 순환의 안정감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를 이미지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일직선으로 뻗은 길 위에 무수한 동그라미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동그라미들은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사실 매 바퀴를 돌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번에 정상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빙빙 돌아가는 그 궤적이 결국 우리를 산꼭대기로 이끕니다. 순환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전진을 위한 호흡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두 속성을 삶 안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지고, 지나온 선택들이 후회스럽게만 보인다면, 잠시 순환의 리듬에 기대어 보아야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루틴 속에서 안정을 찾고, 익숙한 계절의 냄새와 풍경 속에서 숨을 고를 수 있지요. 반대로,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답답함이 든다면, 그것은 직진의 용기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딛고, 익숙한 것들의 경계 너머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결국 시간을 잘 산다는 것은, 직진과 순환이라는 두 리듬을 지혜롭게 다루는 일입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두려워하기보다, 그 흐름 안에 깃든 반복의 위안을 발견하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시간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직진과 순환, 이 두 가지 결을 함께 품은 시간은 오히려 우리가 성장하고 쉬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오래된 동반자입니다.
<참고한 자료: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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