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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가슴 아픈 어머니의 부재(不在)

by 빅용가리2 2025. 12. 8.

어머니의 부재는 마치 총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줍니다

 

지난주 어머니의 제사를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동생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위암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대학 신입생으로 첫 미팅을 나갔다고 말씀드렸을 때 살그머니 제 손에 지폐 석장을 쥐어 주셨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제 동생은 막 사춘기를 지난 시기였기에 어머니의 부재가 더욱 아프게 다가왔을 겁니다.

 

‘어머니의 부재(不在)’는 사별, 이혼, 가출, 입양 또는 기타 이유로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거나 어머니의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애착이론에 따르면 유년기에 부모와 형성한 애착이 이후 대인관계의 기초가 되는데, 어머니의 부재는 이 과정에서 여러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상실감과 외로움입니다. 어머니가 없으면, 보호받고 사랑받는 감정이 약해져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돌봐줄 어른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고 여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불안과 방어적 태도입니다. 보호자 부재로 인해 세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자신을 방어하려는 태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남을 쉽게 믿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어머니의 부재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숙한 인생의 길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입니다. 그가 열네 살이 되던 해에 마그리트의 어머니는 성폭행을 당하고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치마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강에 빠져 죽습니다. 불행하게도 마그리트는 어머니의 자살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1920년대 그의 초기 작품에서 얼굴을 천으로 가린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그때의 충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그리트에게는 얼굴을 가리는 게 일종의 트라우마 극복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형상을 데칼코마니로 만들어 놓은 것은 자아의 혼란을 상징합니다. 그의 작품 속 남성은 늘 모자, 천, 파이프, 사과로 얼굴을 가리지요.

 

노르웨이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 작가로서 명화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어려서부터 병약했고, 엄마와 누이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들어했습니다. 뭉크는 고통을 온몸으로 통과하면서 어두운 자신의 삶과 고통스러운 경험, 사랑과 죽음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작품에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셋째는 자존감 저하와 자기 비난입니다. 어머니의 부재는 “내가 잘못해서 엄마가 떠난 건 아닐까?”와 같은 자기 비난이나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존감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넷째는 공감 능력 저하입니다.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섯째로 기본 생활습관과 자기조절의 어려움을 들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없는 환경에서는 일상에서 필요한 기본 생활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감정 표현이 서툴러질 수 있지요.

 

여섯째는 위기 대처 능력의 저하입니다. 곤란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편안히 의지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무력감이나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족 내 관계 변화입니다. 아버지와의 거리감이 커지고, 가족 내 대화와 정서적 유대가 약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게 된 원인의 상당 부분이 아버지에게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지요. 이에 따라 아버지와의 소통도 더욱 제한적이 되었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상을 요약하면 어머니의 부재는 상실감, 외로움, 불안, 자존감 저하와 같은 감정적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고, 공감 능력 저하, 감정 조절의 어려움, 사회적 관계의 불안정, 주체성 약화 등 행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은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정체감과 대인관계, 위기 대처 능력, 가족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때로는 앞서 르네 마그리트와 에드바르 뭉크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그 상처를 예술, 문학,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시도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부재를 다룬 대표적인 책으로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울역에서 어머니가 실종된 후, 가족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어머니의 존재와 부재를 돌아보며, 평소에 당연하게 여겼던 어머니의 삶과 사랑, 그리고 가족 구성원 각자가 느끼는 상실과 죄책감, 후회 등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가족과 사회의 세심한 관심 및 지원, 그리고 정서적 치유가 필요합니다.

 

<참고한 자료: 자화상 마음을 그리다(김선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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