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움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할 때, 잘못된 관점을 교정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저 사람을 내 힘으로는 죽어도 바꿀 수 없다는 확신이 들 때는 싸움 대신 외면을 택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최근 친한 친구와 ‘절교(絶交)’했습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친구의 연락처를 차단한 데 이어, 친구와 내가 들어 있는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왔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 자기가 ‘절교당한’ 것을 모를 겁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40여 년간 계속 이어진 ‘우정의 다리’를 제 스스로 끊어버린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최근에 경험한 좋지 않은 그 친구와의 일-금전적인 것이 얽힌-은 과거에 제가 그 친구로부터 당했던 일들까지 소환해 절교 결심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 친구는 기버(giver, 상호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들이는 노력이나 비용보다 타인의 이익이 더 클 때 남을 돕는 사람)나 매처(matcher, 얻은 만큼 주는 사람)가 아닌 테이커(taker, 상호관계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베푼 호의들을 감사하기는커녕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 인간…
친한 친구와의 절교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경험입니다. 절교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은 다양하며, 심리적·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절교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가치관이나 성격 차이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각자의 경험이 쌓이고, 대화의 깊이나 관심사가 달라지면 더 이상 예전처럼 가까워지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둘째,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실망입니다. 반복적인 실망, 신뢰를 깨는 행동, 약속 불이행, 금전 문제, 뒷담화 등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질 때 절교로 이어지고는 합니다.
셋째, 관계의 불균형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힘이 되어주거나, 늘 약자의 위치에 있게 되면 관계가 피로해지고, 결국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넷째, 정서적 소진입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오히려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만남 이후 기분이 나빠질 때, 관계를 정리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밖에 이사 등 지리적 이동, 생활환경 변화, 주변 인맥의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교가 주는 영향은 만만치 않은데요, 우선 심리적 충격과 상실감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가까이 지냈던 친구와의 절교는 연인과의 이별만큼 큰 상실감, 혼란, 배신감, 죄책감 등을 불러오곤 합니다. 특히 절교 직후에는 공허함과 우울, 자기비난이 동반되기도 하지요.
절교한 친구가 중심이 되어 있던 무리라면, 그 집단 전체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친구가 동문회 회장으로 있는 단톡방과 밴드에서 탈퇴했지요.
마지막으로 삶의 만족도와 정서적 안정감이 떨어집니다. 친구와의 소통 단절은 우울감 증가와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기에는 친구와의 관계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하지요.
한편 절교 경험은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절교 후 겪는 감정과 대처법을 알아보면, 처음에는 혼란, 슬픔, 분노, 허탈함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기도 합니다. 아마 지금의 제 심정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절교의 원인을 100퍼센트 자신에게 돌리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계의 문제는 양쪽 모두에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복 방법으로는 새로운 취미나 활동에 몰두하거나, 남아 있는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필요하다면 심리상담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친구와의 절교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며, 심리적·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절교는 고통스럽지만,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고, 새로운 관계와 경험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zCcg4yaicQ&list=RDqzCcg4yaicQ&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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