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댁(宅, 상대방 집의 높임말)’, ‘당신’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 ‘오타쿠(おたく,お宅·御宅)’가 지금처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하위문화에 광적으로 몰두하고 탐닉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맨 처음 쓰인 것은 1983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타쿠가 일본 사회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도쿄·사이타마 연속 유아 유괴 살인사건(東京·埼玉連続幼女誘拐殺人事件とうきょう·さいたまれんぞくようじょゆうかいさつじんじけん)입니다. 이 사건은 1988년 8월 22일부터 이듬해 6월 11일까지 도쿄도 고토구와 사이타마현 남서부에서 26세 인쇄공 미야자키 쓰토무(宮﨑勤)가 일면식도 없는 4∼7세의 어린 소녀 4명을 잇따라 납치, 살해하고 시체를 성추행한 후 인근 지역에 유기한 엽기적 사건입니다. 압수 수색한 범인의 집에서 5787개의 비디오테이프를 포함해 수많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발견됐습니다. 재판 끝에 2008년 6월 사형이 집행된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본 사회는 오타쿠를 ‘사회성이 떨어지는 은둔형 외톨이’로 낙인찍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잠재적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로까지 취급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H22aLzvRdM
오타쿠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NHK는 1997년까지도 오타쿠라는 용어를 방송에서 금지했습니다. ‘사회성과 상식이 결여된 사람’, ‘성격이 어둡고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 ‘성인 여성과 연애를 못하는 소아병 환자’ 등등, 당시의 오타쿠를 수식하는 말에는 민망할 정도로 강한 경멸과 혐오의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편 더 이상 오타구가 비주류가 아니고 대세임을 나타내는 또 다른 신조어로 ‘리얼충(リア充)’이 있습니다. ‘리얼충’에서 ‘충’은 벌레를 의미하는 한자蟲가 아니라 충실하다充는 뜻입니다. 따라서 리얼충은 비하어가 아니고 ‘현실(real) 생활, 특히 친구나 연애에 충실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리얼충은 오타쿠이면서 현실 적응도 뛰어난 부류로 우리말로 하자면 ‘인싸(인사이더의 약자로 자신이 소속된 무리 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콩글리시 표현)’로 부를 수 있겠습니다.
리얼충과 오타쿠는 얼핏 생각하면 완전히 반대쪽 개념 같습니다. 오타쿠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특히 드라마 ‘전차남(電車男)’의 남자 주인공처럼 이성과의 교제에는 영 서툴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충은 현실감각이 뛰어나 친구 관계와 연애에서도 발군의 면모를 보입니다. 그래서 리얼충은 약점을 극복한 오타쿠, 또는 오타쿠이면서 특정 장르의 지식이 풍부한 리얼충으로 불립니다. 양쪽의 장점을 취한 양수겸장의 하이브리드형이라는 찬사도 있습니다.
<참고자료: 일본인 심리상자(유영수 지음), 위키백과, 나무위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피그말리온과 골렘 (0) | 2025.03.30 |
|---|---|
| '(오)덕후', 잘 놀고 있니? (3) | 2025.03.29 |
|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0) | 2025.03.27 |
| 나르시시즘과 아이돌 노래 (4) | 2025.03.26 |
|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세계 (10) | 2025.03.24 |